안녕, 사랑하는 외할머니 | 장례이후 일본 외가댁방문, 와카야마에서 유아사에 가다, 오사카 일본가족여행 2일차
안녕하세요. 이웃님들~
오늘은 제 개인적인 슬프지만 꼭 기억해야하는 날을 기록하기 위한 포스팅이에요.
지난달 10월 14일 새벽 제 사랑하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그전에 잠시 저에 대해 얘기해보자면요~.
일본에 살고 계셔서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제가 외가댁에서 첫 손녀였기 때문에 정말 많은 이쁨과 사랑을 받았어요.
친가댁에서는 제가 딸이라 친할머니는 제 얼굴이 보기 싫다고 3년은 저희집에 발걸음도 하지 않으셨고, 매년 설이나 추석때 찾아뵈었었지만 늘 찬밥신세였던지라 훨씬 더 친밀감과 애정이 느껴지는쪽은 외가댁이었어요.
엄마의 결혼 당시 일본과 한국은 종전후 사이가 좋지 않았던 상태라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반대가 심했고 심지어 이혼중이셨던 외조부모님이 엄마앞에 무릎을 꿇고 말렸다고 하는데 엄마의 고집이 상당해서 결국 결혼해서 저를 낳았어요.
그 당시 일때문에 이혼중이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다시 합치는 계기가 되었기도 했다고 하는데….
외가댁에 형편상 자주가서 찾아 뵙지는 못했지만 늘 가면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항상 맛있는 음식과 사랑받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셔서 태어나서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해주신 고마운 분들이에요.
그리고 매년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는 박스에 한가득 선물을 담아 국제택배로 보내주셨어요.
전 아무것도 해드린게 없는데 말이죠…
너무죄송스럽고 감사한 마음뿐인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에요.
외할아버지는 고등학교 수험기간에 돌아가셔서 많이뵙지 못했지만 엄마에게는 엄격해도 저에게는 유한분이셨어요.
맥주와 함께 하는 반주를 좋아하는 분이셨고, 젊은시절 군인이셨는데 자위대에서 죽을뻔 하셨다가 그전에 전쟁이 끝나서 중매로 만난 외할머니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쏙 닮아 엄청난 구애끝에 결혼에 성공하셨다고해요.
외할머니는 늘 저희에게 한없이 베풀기만 해주시는 좋은분이셨는데, 젊을때는 지역내 육상선수였을정도로 체력이 좋으셨고 공무원으로 일하시다가 은퇴후에도 수영이나 체조등 운동도 열심히 하셨던 분이에요.
굉장히 꼼꼼하시구 도라에몽인가 싶을정도로 가방에 없는게 없을정도로 다 챙기고 다니시는 분이었어요.
어두웠던 저희 어린시절 중 몇없는 반짝이는 추억과 기억을 주신분들이라 너무 소중한 분들인데 두분다 세상을 떠나셨어요.
저도 이런데 엄마는 얼마나 마음이 안좋을까요.. ?
부고소식을 듣고 급하게 부랴부랴 숙소와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엄마 옆에 있어 주려고 많이 노력한거 같아요.
엄마를 위한 여행으로 이번여행의 목표는 남매끼리 싸우지 말자 였어요. ㅎㅎㅎ
오사카 일본가족여행 2일차 아침은 토요코인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엄마의 고향인 유아사역으로 향했어요.
와카야마역에서 유아사까지는 680엔이랍니다.
가는데 40분정도 소요되었던거 같아요!
유아사는 귤이 굉장히 달고 맛있는데, 지금시즌에 나오는 귤도 시지만 달았어요.
온동네가 귤밭이기 때문에 어렸을때부터 엄마는 귤을 많이 먹었다고해요.
한국에서 먹는 귤과는 당도차이가 많이 나더라구요.
아침이라 다들 얼굴이 좀 부은거 같아서 어플로 찍었더니 남동생이 새삼 제일 예쁘게 나왔어요.
왜이렇게 눈빛이 아련한거냐고….ㅎㅎㅎ
아빠없는 가족여행이지만 남는건 사진뿐이니 사진도 많이 찍었어요.
유아사는 완전 시골마을인데다 종점에 가깝기 때문에 점점 사람들이 내려서 마지막쯤에 저희밖에 안남더라구요.
엄마랑 동생과 함께 사진도 찍고 놀았는데 마지막쯤엔 막내가 넉다운되어있었어요.
항상 사진찍는사람이 얼굴 가장 크게 나오지만 이정도 희생이 뭐 대수랴…ㅎㅎㅎ
일본여행 하는 내내 날씨도 맑고 바다가 쉽게 보이는 곳이라 풍경이 너무 예뻤어요.
산과 바다를 쉽게 볼 수 있어 한국의 도시적인 풍경에서 벗어나 휴양하는 느낌이에요. ㅋㅋㅋㅋ
일본 전철의 감성을 느껴보시라고 움짤도 만들어 봤어요.
영상으로 봐도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풍경이 예쁘게 창문으로 보여서 일본감성이 묻어나오더라구요.
정말 마음이 평온해지는 곳이었어요.
엄마한테 부탁해서 사진을 찍었어요.
푸른산과 귤밭을 배경으로 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생각보다 예쁘게 나와서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ㅎㅎ
사진사 실력이 좋았거나 모델이 좋았거나~?ㅋㅋㅋ
유아사 역에 도착했어요.
맑은 하늘과 이어진 전철길과 지진설계로 낮은 주택건물들의 모습이 옛날 마을같은 느낌이에요.
시골마을이지만 이번에 역도 다시 새로 지어서 깔끔하게 변모했더라구요.
역에서 외할머니댁까지는 외숙모가 데려다 주셨어요.
외삼촌이 무슨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저희를 싫어해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는데요.
월요일 출근시간에 막내외삼촌이 없는 시간에 방문해서 집안에 있는 사당에 외할머니께도 인사드리고 왔어요.
60대의 나이에 예쁘게 사진을 찍으셨는데, 그이유는요.
예전에 한국에서 무당한테 점을 봤는데 돌아가실 나이를 말씀하셔서 그 이후 천천히 그 나이전부터 죽음을 미리 준비하셨다고해요.
아마 외할머니는 MBTI 파워J셨을거에요. 저의 부지런함은 아마도 외할머니를 닮지 않았을까 싶어요.
근데 지나고보니 무당이 말한 시기보다 훨씬 오래 사셨는데, 다 건강한 생활을 지속해오시고 덕을 많이 쌓으셔서 그런데 아닌가 싶어요.
엄마가 먼저 향에 불을 피우고 짧게 기도를 올리고 뎅~하고 잔을 쳤어요.
저와 동생들도 차례차례 인사드리고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기전 요양시설에서 보냈던 사진들도 보고 친척들 근황도 듣고 외할머니의 유언장도 읽는 시간을 가졌어요.
코로나 이후 백신접종을 3차까지 받으시고는 갑자기 쓰러지셔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걷지 못하게 되셨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밝은 표정인 외할머니의 모습이 담겨있었어요.
젊을때 50키로 이상 나가셨던 분이 돌아가실때는 30키로 후반대의 몸무게로 굉장히 살이 많이 빠지셨더라구요.
엄마도 사진을 보시고서는 외할머니라는걸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사람인줄 알았겠다고 하셨어요.
시설에 있는 분들이 생일도 챙겨주시고 많은 활동도 하면서 즐겁게 보내셨다고해요.
새벽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고 당시 표정이 평온하셨다고해요.
친할머니가 항암으로 고생하면서 가신것에 비해 외할머니는 호상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외할머니 유언장내용은 막내 외삼촌이 돌봐주시고, 가족묘도 관리해주시니 집은 막내에게 유산으로 넘기며 이로 인한 분쟁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신다고 하셨어요.
엄마는 위아래로 남자형제가 있는데 남매끼리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 하셨구요.
위급한 상황이 왔을때 억지로 연명생활을 하고 싶지 않으며, CPR 같은건 필요 없다고 적혀있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행복한 가족을 꾸렸고 행복했으며 나는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이번생 잘 살다 간다고…
할머니는 정말 사랑받기에 충분하고 고맙고 소중한 분이셨는데, 배울점도 많은 분이었는데 가셔서 너무 슬펐어요.
다시 난바의 번화가로 돌아가기 위해 유아사역으로 향했고 아이스크림이나 음료를 마시면서 시간을 떼우고 있었어요.
평화로운 오전의 유아사역에서 상심한 엄마의 마음을 위로하던중 한가지 착각을 한게 있었으니…
유아사역에서는 시간대별로 플랫폼에 따라 타는곳이 바뀔수 있었다는점이에요.
결국 기차 하나를 놓쳐버렸는데ㅠㅠㅠ 한시간동안 기다려야 했어요.
그시간동안 우리는 무얼하며 지냈냐하면…
엄마의 독사진도 찍어 드리고 유아사에 또 언제 올지 모르지 사진도 많이 남겼어요.
잔망스러운 우리 엄마, 늘 사랑합니다. ㅋㅋㅋㅋ
사실 이렇게 재밌게 사진을 찍고 놀긴했지만 이날 엄마가 아무래도 마음이 심란했던 탓인지 물건도 많이 잃어버렸어요.
승차권이나 호텔카드키도 잃어버리고 아마도 헐렁한 바지주머니의 문제도 있겠지만 꼼꼼하게 챙길 정신이 없던 엄마의 마음상태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가족끼리도 사진을 찍었는데요 산을 배경으로 찍고 싶었지만 눈으로 보는것보다 사진이 예쁘게 잘 안나온다는점이 많이 아쉬웠어요.
여기서부터는 가족들의 사진입니당!
확실히 여행갈때는 삼각대와 셀카봉이 유용하더라구요.
이번에 여행갈때 쿠팡에서 구매한 요이치 삼각대를 들고갔는데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어요.
혼자여행갈때도 참 좋았지만 가족여행갈때 다같이 찍고 싶을때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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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사진을 찍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더라구요.
이곳은 한시간에 한대정도가 오는 시골마을 기차역이기 때문에 위험하지만 선로에 다리를 내려 사진도 찍었어요.
엄마가 위험하다고 했지만 저희는 예쁜 감성사진을 찍기 위해서 사진 백만장 찍었던거 같아요.
유아사역에 과연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싶지만 이곳을 기억하고 추억으로 남겼어요.
언젠가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 뵈러 가족묘를 찾을수도 있으니까요.
유아사 하면 저 커다란 강이 대표적이라고 해요.
마츠리 축제도 화려하게 한다고 하는데, 일본에서 제대로 된 마츠리를 즐겨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엄마가 광고모델처럼 찍고 싶다 하셔서 찍어봣는데 철제로 막혀있어서 아쉬웠어요.
갑자기 태양이 너무 이쁘다면서 엄청난 포즈로 사진을 찍는 엄마…ㅋㅋㅋㅋ
엄마 하고싶은거 다해요^^ 우린 그 모습을 열심히 사진으로 남겼어요.
엄마가 도촬좀 하지 말라하시는데 이 시선 즐기시는거 아니었어요? ㅋㅋㅋ
엄마가 너희도 당해보라면서 저희를 찍었어요. ㅋㅋㅋㅋ
사진찍고 좋다고 해맑게 웃는 엄마의 모습!
진짜 웃는모습은 외할머니 쏙 빼닮았어요.
점점 목소리도 닮아가구, 외할머니처럼 행복하게 살다 가자구요~ㅎㅎ
일본 전철JR은 이렇게 생겻는데 평화로운 시골마을의 유일한 소음인거 같아요.
새소리도 정겹고 조용한데 이 조용한 곳에 들어온 침입자 같았어요.
드디어 우리 전철이 와서 타고 가는데, 일본 전철엔 화장실도 있더라구요.
휠체어를 타신분도 이용가능한 남녀공용 화장실이라 신기했어요.
일본의 전철 문은 내리는 사람이나 타는 사람이 눌러야 열리는 구조였어요.
아마 전력낭비를 줄이고자하는 어떤 정책이지 않을까 싶어요.
기다린다고 안열리니 내리려면 꼭 이 버튼을 눌러야 열려요. ㅎㅎㅎ
오늘은 조금 슬프지만 외가댁에 가면서 외할머니를 추모하고 그 장소를 기억하기 위해 포스팅을 했어요.
최근 중에 가장 쓰기 힘들었던 포스팅이지만 꼭 지금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야해만 한다고 생각해서 제게는 꼭 필요한 포스팅이었답니다.
다음포스팅에서는 좀더 밝은모습으로 돌아올게요~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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